유동관측
悠憧觀測
신재훈 | 정다은
2023.06.28. - 07.09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결국 스스로를 정의 내리는 일과 같다.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처럼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인지, 쳇바퀴가 나를 돌리는 것인지 모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지나쳐 버리는 순간들을 신재훈, 정다은은 성실하게 주워 담아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신재훈, 정다은은 순간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유동성(悠憧性)’이라는 성질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순간은 유유하게 여유롭다가도, 크고 작은 물살에 떠밀려 하릴없이 일렁일 때도 있다. 우리는 쉼 없이 안정과 불안정을 오가는 망망대해와 같은 순간을 부유하면서 저마다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유동성’은 삶 속에서 표류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예측 불가하고, 추상적인 ‘유동(悠憧)’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신재훈, 정다은은 『유동관측법』이라는 안내서를 제작하였다. <유동관측과정>은 『유동관측법』에 따라 각자 하루를 보내며 작성한 ‘하루 보고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나온 지우개 찌꺼기를 관측 과정의 결과물로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유동관측》은 앞서 언급한 공동 작업과 신재훈, 정다은이 발견한 유유(悠悠)하고도 동동(憧憧)한 순간들을 각자의 방법론으로 기록한 작업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유영공간을 찾아온 관측자 개개인이 어떤 유동 현상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지 반추해 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