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pace 

저장공간




안지민 Jimin Ahn   은신영 Shinyoung Eun   허정원 E.O. Heo



2026. 02. 25. - 03. 01










<저장공간(Black Space)>은 저장이라는 행위와 그것이 자리 잡는 공간을 다룬다. 여기서 저장은 단순히 대상을 모아두는 일이 아니라, 반복과 수집, 관찰과 노동을 통해 남겨지는 ‘과정’의 응집을 의미한다. 공간 또한 물리적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러한 응집이 형성되는 비가시적 구조까지 아우른다. 세 작가가 결과 이전에 공유해 온 시간의 층위를, 이 전시는 하나의 “저장공간”으로 상정한다.


안지민의 작업은 실내로 편입된 식물의 형태를 통해 축적의 방식을 드러낸다. 몬스테라의 구멍이나 안스리움의 대칭은 자연의 자생적 결과라기보다, 반복적인 조직 배양과 선발 육종을 거치며 고정된 형질이다. 그의 조형은 이러한 선택과 고정의 과정을 시각화하며, 하나의 형태 안에 계보와 반복의 기록이 어떻게 머무는지를 보여준다.


은신영의 작업은 나뭇가지가 많이 떨어진 거리를 걸으며 시작된다. 잘려 나와 흩어진 작은 자연물은 흰 배경 위에 놓이며 다시 관찰의 대상이 된다. 재봉틀의 반복적인 박음질과 이어진 실의 선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대상과 마주한 시간과 움직임을 각인한다. 천 위에 남겨진 선은 가지의 이미지이자, 관찰과 관계의 과정이 응축된 흔적이다. 이때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선과 행위가 겹쳐지는 자리로 형성된다.


허정원은 나무를 조각하는 반복 행위 속에서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생성된다고 본다. 제거된 물질은 사라지지 않고 잔여로 남아 또 다른 밀도로 응집된다. 비움은 소멸이 아니라 전환의 상태이며, 파내어진 공간 역시 공백이 아니라 행위가 통과한 자리로 남는다. 그에게 저장공간(Black Space)은 이러한 비움과 응집이 잠재된 채 머무는 상태, 그리고 그 밀도를 품은 조각의 장을 가리킨다.


세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를 바탕으로 각자의 경험과 관심 속에서 ‘저장공간’을 사유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들은 비가시적 대상의 저장과 그것이 형성되는 공간에 집중한다. 선택을 통해 고정된 형태, 반복된 관찰이 남긴 선, 덜어냄 속에서 응집된 물질은 모두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의 층위다. 저장공간(Black Space)은 그러한 응집이 형성되는 자리이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통과해 온 저장의 방식과 그 공간을 다시 사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