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Will I ever find my way back home?


신이명  SHIN I MYEONG


2025. 03. 19 Wed - 03. 30 Sun

13:00 - 19:00



도시는 허물고 짓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늙고 약하고 병든 것들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것을 채워 넣는 것이 도시가 잿빛 젊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분명 집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신이명 개인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는 이러한 도시 속에서  주변화된 존재에 주목하며 ‘파편’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는 파편이 던지는 질문을 마주하고 견디고 되뇌는 시간을 고스란히 전시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느 날 재건축 공사장 옆을 지나다 우연히 주워 든 시멘트 파편에서 시작한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오직 처분을 기다리는 시멘트 파편 하나. 작가는 유기되고 방치되고 폐기될 것이 분명한 파편의 운명에 사로잡힌다. 그날 이후 길 위의 파편을 수집하고 오래 들여다보며 <파편의 초상>(2022~2024)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파편은 ‘물리적 조각’에서 ‘존재의 은유’로 확장되고,작가는 하나의 질문과 마주한다.

‘무엇이 파편이 되는가, 그리고 누가 파편이 되는가’

오직 비천함이 있을 뿐인 파편은 희망 없는 존재, 돌아갈 곳이 없는 존재와 같다. 집을 잃거나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것들. 그리하여 구천九泉을 떠다니는 것들. 작가는 파편들을 쫓아 구천을 찾아 헤매고, 이 과정은 전시의 표제작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2025)로 남았다. 열리지 않는 철문과 지붕 위의 세발자전거와 무너지는 집을 견디고 있는 거뭇한 들보 사이, 그곳에 구천이 있다. 그리고 모든 무너져 가는 것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으려는 것들, 꼭 살고자 하는 것들이 구천에 있다. 돌아갈 곳을 잃고 구천을 떠도는 것들은 무너질 숙명을 안고 무너지는 가운데 태어난다. 그 속에서 파편은 그저 있다. 있을 뿐이다. 있는 것만으로 그것을 지우고 파괴하려는 행위에 맞선다. 무너진 곳에서 무너진 채로 함께 있기. 이것이 곧 파편의 저항이며 삶이며 죽음이다.

작품 <한낱>(2025)은 이러한 사유를 집단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지난겨울, 작가는 광장에서 스스로 파편이 되었던 경이의 순간을 경험한다. 무너진 곳에서 무너진 채로 함께 있기 위해 쏟아져 나온 모든 사람들이 한낱 파편이 되어 함께 있는 사건을 목격한 것이다. 그 순간 광장은 돌아갈 곳을 잃은 파편들의 구천이었다. 그곳에서 파편은 더 이상 흩어진 잔해가 아니라 서로를 잇는 조각이 된다. 결국 ‘함께 있음’ 이야말로 무너진 곳에서 무너진 채로 우리가 살아남는 방식인 것이다. 이 경이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작가는 광장에서 쓰인 피켓으로 희고 붉고 푸른 종이 <한낱>을 만들었다. 그렇게 파편에서 구천으로, 구천에서 다시 파편으로 돌아왔다.  

전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는 무너진 곳에서 무너진 채로 파편으로 함께 있기로 약속한다. 돌아갈 곳을 잃은 것들, 집 없는 것들, 희망 없는 것들, 비천한 것들, 몸 없는 이름, 이름 없는 몸, 길 위의 모든 슬픈 것들, 파편의 마음에 연결되기 위해 노력한다. 전시는 회귀의 가능성을 탐색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너진 이 곳에서 어떻게 함께 있을까.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그러면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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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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