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살몬ꜱᴜɴɢ ꜱᴀʟᴍᴏɴ
2025. 01. 13. Mon - 01. 19. Sun
1p.m. - 7p.m.
Peel Away
박하은 독립기획자
2025년의 시작과 함께 유영공간에서 선보이는 성살몬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 기들은 몸을 감싸는 다양한 매체들이 지닌 유동적인 속성에 주목하며, 사회와 개인의 신체적 관계에 연루된 얼룩의 형상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우유부단함, 결핍, 트라우마라는 주제를 토마토 의 껍질과 과육이 가지는 유사성을 통해, 내면과 외면의 이미지가 대조되며 통합되는 방식을 시각적으 로 표현한다.
“겉과 속이 같은 토마토로 자라고 싶다. 오랫동안 은둔하다 이제 발로한 발가락, 회복의 공간이나, 쉽게 허물어지는 이불, 작품에서 얼룩들로 나타나는 외적 콤플렉스… 이 무른 부스러기들이 토마토의 씨앗이기를 바람.”1)
성살몬의 작업은 이불과 양말 등 주로 우리의 신체를 감싸는 것들의 속성과 조화를 이루며, 토마토라는 상징을 통해 내외의 경계를 탐구한다.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토마토의 껍질과 과육’이라는 속성은 특정 한 형태로 시각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겉과 속’이라는 대조적 성질에 기반하여 작가의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주요 모티프로 자리 잡는다.
마치 이끼의 형상처럼 벽을 뒤덮은 듯, 혹은 뚫고 나온 듯 공간에 이식되어 있는 <이끼밡>(2022) 시리즈는 발가락 형상의 오브제로, 양말 속 감춰진 상태에 머물지 않고 공간 속에 배치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작가의 세계관 속 발가락은 신체 일부로서의 물리적 존재감을 넘어, 밭(田)을 뒤덮는 이끼 처럼 증식하고 번져나가는 자연의 속성을 품고 있다. 꿈틀대고 움직이며 공간을 지배했던 생명력은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듯, <아, 쿰쿰해 죽는 줄 알았어>(2024) 연작에서 연약함을 감추려는 시도와 동시에 그것이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상기시키는 양말의 경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발가락은 각각 생명력을 지닌 개체로 변모하며, 신체적 트라우마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작가는 이러한 모호성을 경유해 일상의 불쾌한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이불 움집 시리즈>(2024)와 <멋쩍은 댄스>(2022) 속, 먹으로 짙게 입힌 배경 위에 때로는 유령처럼, 혹은 똬리를 튼 뱀처럼 웅크리고 있는 형상은 이불(blanket)이다. 작가는 이불의 형태와 질감을 통해 신체를 둘러싼 공간의 유동성과 변화무쌍함을 표현하며, 매일 자신이 머물렀던 흔적을 마치 허물을 벗은듯한 형태로 기록한다. 성살몬 작가에게 이불은 양말과는 또 다른 감각으로 신체를 감싸는 행위의 본질을 탐구하는 매개체로, 가장 사적인 피난처이자 자기 성찰의 공간이다. 비록 얇디 얇은 껍질에 불과 하더라도, 이불은 연약한 자아에 보호와 위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자아의 자유로운 유영과 무형의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성살몬 작가는 세계와 자신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에 길을 잃지 않도록 놓아두는 실마리처럼, 화이트 큐브를 향해 각진 모서리 없이 울퉁불퉁하고 유연한 형태로 가득 번져나가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 삶의 연약함을 감싸 안고 회복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마침내 그 얼룩을 삶의 궤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오브제와 드로잉으로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비자발적으로 투영된 타인의 욕망 속에서 격하되고 타자화된 신체의 위상은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재감각되며, 이불을 걷어내고 다시 땅을 딛고 나아가는 주체적 생명력을 되찾는 발로(發露)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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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살몬 작가노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