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기둥에 등을 기대기

최유리 Youri Choi

2025. 08. 13 - 08. 24
WED - SUN




1.
불꽃놀이를 볼 때 우린 잠시 죽음을 잊는다.

어느 여름날 나는 수많은 관광객의 인파에 둘러싸여 불꽃놀이를 보고 있었다.

불꽃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빛

한 줄기가 깜깜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 동시에 크고 작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 순간 나는 지구 어딘가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해 떠올렸다.

하얀 새 한 마리가 놀라 날아간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사람들이 여운에 잠길 즈음 타버린 화약과 재의 냄새가 난다.

나는 약간의 서글픔과

아이러니를 느끼며 순간 이 모든 것을 참을 수 없어진다.



2.


임시방편의 방과 물건들 속에서 보잘것없는 내 얼굴들을 발견했다.

어느 날 내 자취방 하얗고 깨끗한 옷장의 흰색 시트지의 끝이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시트지 아래에는 볼품없는 MDF 합판이 드러나 있었다.

난 갑작스럽게 불쾌한 진실을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하늘에서 떨어진 전구를 발견한 것처럼.


나는 그날 이후로 내가 가진 물건들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본질,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아 하얀 막을 두른 사물들에게서 언뜻 내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것이 임시 방편적이고 언뜻 모조품처럼 보이는 물건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등을 기댈 곳을 찾는다.



3.


불꽃놀이가 끝나고 저 멀리 차게 식은 하얀 덩어리를 발견했다.


내 차갑고 우뚝 선 방 옷장은 여전히 하얗다.




우리 주변의 매혹적인 표면, 이미지, 섬광, 환상들은 보는 이를 기만하고 때론 그 자체로 의미가 되기도 한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타고 남은 재의 냄새, 대리석 타일 아래 감추어진 거친 콘크리트, 가느다란 실금, 하얀 시트지 벌어지면서 드러난 MDF 합판.
작가는 이번 전시 <앙상한 기둥에 등을 기대기>에서 집단적 경험과 가장 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오가며 직접 경험한 스펙터클의 순간과 표면들을 재구성하여 제시한다.